황명강 지면 발표詩

2007 '시애' 창간호 - 감나무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8. 11:12
2007, '시애' 창간호-감나무
 
 

감나무

      -월하 선생님 생가에서-

 


황명강




화려한 수식어 거두어들인

가을볕 매달고

감나무 한그루 서있었네

그 아래, 열장 스무 장

구겨진 원고지처럼 뒹구는 감잎사귀들,

  

가난한 풍경들에

절창의 문장 안겨주었을 노시인처럼

고추잠자리 꼬리에 찔린 바람도

흥얼흥얼 내려앉는 중이었네


몇 시간을 평상에 앉아

거름 한 줌 되지못한

푸르딩딩한 내 시를 생각했네

 

구름 몇 잎이 흔들어놓은

붉은  일획,

허공에 일필휘지로 내리자

심장 갉아대던 뾰족한 자음들

날벌레처럼 화르르 날아오르고


잘 익은 詩 한 편,

쓰윽 받아 적는 감나무에 화들짝!

나,

모난 돌처럼 비틀거렸네

 

단단한 모음으로 너울대는 나뭇가지

올려다 보며

다리 힘을 모으고 양팔 벌려

우우 우우우

목청껏 부르짖는 장승이고 싶었네

 

장승의 붉은 꿈 지키던 한 그루

감나무였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