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시애' 창간호-감나무
감나무 -월하 선생님 생가에서-
황명강 화려한 수식어 거두어들인 가을볕 매달고 감나무 한그루 서있었네 그 아래, 열장 스무 장 구겨진 원고지처럼 뒹구는 감잎사귀들,
가난한 풍경들에 절창의 문장 안겨주었을 노시인처럼 고추잠자리 꼬리에 찔린 바람도 흥얼흥얼 내려앉는 중이었네 몇 시간을 평상에 앉아 거름 한 줌 되지못한 푸르딩딩한 내 시를 생각했네
구름 몇 잎이 흔들어놓은 붉은 일획, 허공에 일필휘지로 내리자 심장 갉아대던 뾰족한 자음들 날벌레처럼 화르르 날아오르고 잘 익은 詩 한 편, 쓰윽 받아 적는 감나무에 화들짝! 나, 모난 돌처럼 비틀거렸네
단단한 모음으로 너울대는 나뭇가지 올려다 보며 다리 힘을 모으고 양팔 벌려 우우 우우우 목청껏 부르짖는 장승이고 싶었네
장승의 붉은 꿈 지키던 한 그루 감나무였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네 |
'황명강 지면 발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집에서 (2004 근로문화예술제 은상 수상 작품) (0) | 2008.02.13 |
---|---|
2007 경주문화 - '남천2' (0) | 2008.01.18 |
2007 사람의 문학 여름호 - 폭염 외 1편 (0) | 2008.01.18 |
2007 계간 서정시학 여름호 - '얼음공주'외 1편 (0) | 2008.01.18 |
2007 계간 '문학나무' 여름호 '낙지' '물의 옷' 발표 (0) | 2008.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