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마지)를 울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 좋은 詩 모음 2008.03.12
목돈 - 장석남 시인 목돈 장석남 책을 내기로 하고 300만 원을 받았다 마누라 몰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어머니의 임대 아파트 보증금으로 넣어 월세를 줄여 드릴 것인가. 말하자면 어머니 밤 기도의 목록 하나를 덜어드릴 것인가 그렇게 할 것인가 이 목돈을, 깨서 애인과 거나히 술을 우선 먹을 것인가 잠자리 를 가질 .. 좋은 詩 모음 2008.03.12
사슴 - 노천명 시인 제10편]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 일러스트=잠산 노천명(1911~195.. 좋은 詩 모음 2008.03.07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시인 9편 한 잎의 여자/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 좋은 詩 모음 2008.03.07
묵화 - 김종삼 시인 제8편] 묵화 묵화(墨畵) 김 종 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 일러스트=잠산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용해 언어가 잔상을 갖도록 배려했다. 그리.. 좋은 詩 모음 2008.03.07
사평역에서 - 곽재구 시인 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조선일보)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 좋은 詩 모음 2008.03.07
동천 - 서정주 시인 제6편] 서정주 '冬天(동천)' - 조선일보 서정주 '冬天(동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일러스트=잠산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 좋은 詩 모음 2008.03.07
꽃 - 김춘수 시인 애송시 100편 -5편 김춘수 '꽃' (조선일보)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좋은 詩 모음 2008.03.07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시인 황동규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 좋은 詩 모음 2008.03.07
남해 금산 - 이성복 시인 [조선일보, 추천애송시 100편 - 제3편] 이성복 '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좋은 詩 모음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