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거처 - 김선우시인 사랑의 거처 김 선 우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 좋은 詩 모음 2008.01.20
무밭에서 외 -이상국시인 무밭에서 이상국 무는 제 몸이 집이다 안방이고 변소다 저들이 울타리나 문패도 없이 흙 속에 실오라기 같은 뿌리를 내리고 조금씩 조금씩 생을 늘리는 동안 그래도 뭔가 믿는 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완성해 가다가 어느 날 농부의 손에 뽑혀나갈 때 저들은 순순히 따라 나갔을까, 아니면 .. 좋은 詩 모음 2008.01.20
저녁빛 - 남진우시인 저녁빛 남 진 우 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 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 종일 부우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 없이 사그라드는 저녁.. 좋은 詩 모음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