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시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 좋은 詩 모음 2008.01.20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시인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 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 좋은 詩 모음 2008.01.20
삼남에 내리는 눈 - 황동규시인 삼남에 내리는 눈 황동규 봉준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 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보마(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포(胞)들이 얼굴 망가진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 좋은 詩 모음 200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