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나무 2007 여름호
낙지
황 명 강
생애 최초의 반성문을 쓴다 이 빠진 횟접시에 누워 빨판을 뒤집는다 두 개의 귀와 두 개의 눈이 끌어다 모은 길들 토막 난 채 구불텅거린다
봄 여름 가을 몽땅 가져다 준 이에게 쩡쩡 얼어붙은 겨울강을 내주었다고 쓴다 누군가에게 들켰을 얼룩들 몸 밖으로 베어나와 나냐너냐 부끄러운 문장의 느낌표처럼 미끈거린다
하루 물질을 끝낸 해안선이 돌아오고 채석강은 긴 소매 펄럭이며 그녀를 맞고 있다 칠억 년 껴안았을 어깨와 가슴이 처음인 듯 맨살 포개며 서로를 문질러댄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접시 모서리에 누워 구물구물, 이 세상과의 단 한번 뜨거운 약속 소신공양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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