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지면 발표詩

2007 '주변인과 시' 여름호 '동백의 시간'외 1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8. 10:52
2007년 여름호 '주변인과 시' 에 발표 '복사꽃지다' '동백의 시간'
 
 
 
 
 
 
동백의 시간


황 명 강


잎은 없고 꽃송이만 그렁그렁 매단 동백이
몸 기울여 강쪽을 바라보고 있다
꽃잎같은 쪽배 하나도 강심을 건드리듯 기울어 있다
사공은 기슭을 버리고
반대편으로 노를 저어가는 중,

畵家는 왜 강물을
붉은 색으로 칠하고도 모자라
더 짙게 덧칠 했을까
바닥도 목소리도 삼켜버린 강물

되돌려 받을 것들
양수기로 퍼내어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데
저리 무겁게 부려놓아 어쩌자는 걸까

옛사람 돌아온다 해도
한 생각 뒤집힐 것 같지 않은
뼈대 단단한 동백의 시간
 
 
 
 
 

복사꽃 지다

 


황 명 강

 


안개는 치맛자락 들썩거리고

흐르지 못한 웅덩이는

덩달아 뒤척거렸다 헐떡이는

틈 비집고 올라온 어둠에

마음 간격 무르익은 무논 개구리들

알사탕같은 봄밤 쏟아내기 시작했다

종일 달아오른 꽃잎의 입술을

허공은 송이 째 물어뜯는데


황사처럼 몰려 온 사랑

물감 덧칠하듯 묻어야 옳았을까

밭둑 기어 나온 냉이 씀바퀴

며칠을 깜박이며 돌아다니는 사이,

노을빛 핑계 삼아 복사꽃 진다

머리에 가슴팍에

박하사탕 조각처럼 박힌

절정의 몇 밤은 꿈이었을까


꽃 진 자리 들여다보며 중년의 여인

한 어머니가 꼿꼿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