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호 '주변인과 시' 에 발표 '복사꽃지다' '동백의 시간'
동백의 시간
황 명 강 잎은 없고 꽃송이만 그렁그렁 매단 동백이 몸 기울여 강쪽을 바라보고 있다 꽃잎같은 쪽배 하나도 강심을 건드리듯 기울어 있다 사공은 기슭을 버리고 반대편으로 노를 저어가는 중, 畵家는 왜 강물을 붉은 색으로 칠하고도 모자라 더 짙게 덧칠 했을까 바닥도 목소리도 삼켜버린 강물 되돌려 받을 것들 양수기로 퍼내어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데 저리 무겁게 부려놓아 어쩌자는 걸까 옛사람 돌아온다 해도 한 생각 뒤집힐 것 같지 않은 뼈대 단단한 동백의 시간 복사꽃 지다
황 명 강
안개는 치맛자락 들썩거리고 흐르지 못한 웅덩이는 덩달아 뒤척거렸다 헐떡이는 틈 비집고 올라온 어둠에 마음 간격 무르익은 무논 개구리들 알사탕같은 봄밤 쏟아내기 시작했다 종일 달아오른 꽃잎의 입술을 허공은 송이 째 물어뜯는데 황사처럼 몰려 온 사랑 물감 덧칠하듯 묻어야 옳았을까 밭둑 기어 나온 냉이 씀바퀴 며칠을 깜박이며 돌아다니는 사이, 노을빛 핑계 삼아 복사꽃 진다 머리에 가슴팍에 박하사탕 조각처럼 박힌 절정의 몇 밤은 꿈이었을까 꽃 진 자리 들여다보며 중년의 여인 한 어머니가 꼿꼿이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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