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지면 발표詩

2006 정신과 표현 12, 1월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8. 10:50
2006 정신과 표현 12,1월 호 발표 '빈 대바구니와 바람', '


 

빈 대바구니와 바람




황 명 강




노란 목도리 걸친 바람이

빈 대바구니의 허리춤을 찌른다

통통 탱자알의 헤픈 수다로

백설기같은 하루 흔들어 볼 심산이다

어릴 적부터 허공을 키웠던 대바구니

몸의 절반은 허공이었던 그가

토실토실한 허공 한 바구니를 보란 듯 퍼올린다

제 길이만큼만 나아가던 자벌레도

문득 걸음 멈춰 올려다보고 있다

언젠가 붉은 사과의 영혼

단단한 이빨로 물고 있던 대바구니

현재가 온전히 제 것일 수 있음은

빈 대바구니가 되었기 때문,

생각의 지느러미 마음껏 퍼덕일 수 있음도

끌어안아야 할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묵상에 든 어깨 툭툭 건드려보다가

꼬리 내리면서 물러나고 마는 바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허공이

빈 대바구니에 뭉실뭉실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