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지면 발표詩

2006 작가회지 -안개의 집 외 1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8. 10:47
2006 겨울 '작가회지'  시   안개의 집 외 1편
 
 
 

안개의 집




황 명 강

 



열쇠가 단 하나밖에 없는 집
담장 기어오른 장미의 혓바닥도 녹여버린다는 그 집

한 여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가까스로 풀려난 열쇠가 쇠비린내 털어내 듯 
먼지처럼 들어서는 여인,
스르르 대문이 닫히고 뭉글거리던 안팎 꿈꾸듯 고요해졌다

짓뭉개고 비틀어도 한 번의 저항 없이 엎드려있는
황홀하고 풍만한 고요를 숨 막히도록 들이마시는 안개여자
안개사워 안개이불 안개사랑 안개별 안개꽃 안개마을 안개바다
안개열차를 타고

미처 읽지 못한 안개같은 세상 둥둥 떠다니고 있을까 그녀
대문 활짝 열어
노숙자의 허물어진 갱도까지 허연 피로 철철 덮어버릴
못된 꿈 꾸고 있을지도 모를,

꽃 아닌 것과 새 아닌 것, 주소불명의 가랑잎같은 편지
걸어본 적 없는 산길까지 제멋대로 끌고 다니는 집
물나불이처럼 끈질기게
얼마나 오래도록 그녀를 가두어왔던가 詩의 집!

열쇠가 하나밖에 없는 집이란 안개 바깥에 있어도 감옥이란 걸
어리석은 그녀,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