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지면 발표詩

2006년 9월 경주시 회보 '가장 살기 좋은 경주' 초대시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8. 10:23

'가장 살기좋은 경주' 2006년 9월호 초대시

 

 

 

 

신평리에서



황 명 강



호박꽃 속에

벌 두 마리

노란 꽃가루 당겨 덮고

안방인 듯 누워 도란거린다


오래된 장난기,

꽃의 입구를 봉하고

윙윙 돌리자

날개 다리 가슴 부딪는 소리

꽃가루처럼 스르르 눕는다


실신한 벌이 나를 가둔다

펑퍼짐한 그 안쪽

여섯 살 해당화가 병아리를 쫓고 있다

부뚜막에 앉아 완두콩 까는 옥양목저고리,

푸른 줄기에 매달린 여물지 않은 길들

찰랑거리고


누가 

한 닷새쯤

돌아갈 길 묶어버렸으면 좋을

구겨져 시끄러운 대낮,

벌 두 마리 깨워서 날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