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작 21 봄호에 발표 - 끌려가는 소 外 1편
끌려가는 소
황 명 강
수면 위를 휘적휘적 나뭇잎 거침없이 건너고 있다
몸 일부 내어주고도 산경에든 버드나무의 못둑길을
농부가 소 한 마리 앞세우고 지나간다
황소는 일정한 보폭으로 뚜벅뚜벅,
못물은 절뚝거리는 농부의 그림자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못둑 지나 산밭으로 오르는 비탈길
소의 맨발이 꾸벅꾸벅 돌무더기 밟으며 가다가
흠칫 놀라서 되돌아 본다
바위 모서리에 걸려 찢겨진 농부의 하늘이
중심을 잃고 허우적댄다
귀 쫑긋해진 돌멩이와 자두나무와 바람,
한 가지 생각만으로 팽팽해진 끈은
힘줄 불끈 세우더니
별 일 없다는 듯 실한 엉덩짝 실룩거린다
소는 뒤따라오는 농부의 여윈 팔에 끌려가고 있다
싸리나무바지게가 농부의 귀에다 무어라 소곤거리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농부, 소의 등짝을 철썩 갈긴다
소가 늙은 농부의 고삐 바짝 끌며 밭둑을 넘어서고 있다
빨래
황 명 강
옥상 위에 물구나무선 양말과
가슴팍 내어주고도
느긋한 와이셔츠,
은근히 달아오른 햇살 탓이었을까
첫눈에 마음을 섞는다
대추알같은 속삭임이라면
샛강도 수줍게 익어 간다고
깔깔거리며 부추기는 바람
잔주름 들이미는 길 위에서
홀로 곱씹어야 했던 옛사랑의
닳아빠진 비밀 긴 팔이 감싸안자
양말은 웃음 되찾는다
온몸 물방울 빠져나가도
주저앉지 않으려는 하늘,
날으고 싶은 그들
서로의 마음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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