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사람의 문학'통권 50호 발간
발표시 네자매 외 1편 돌멩이
2006년 7월 13일 송원문화쎈타에서 50호 발간 기념행사에서 발표시 낭송.
네 자매
황명강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
전봇대의 긴 팔이
내세울 것 없는 한나절을 휘젓고 있다
그 아래
깨어진 보도블록의 허풍을 뭉개며
민들레꽃 네 송이 천연덕스레 다리 뻗는다
심장 식어버린 아스팔트길 건너 와서
그녀들 어설픈 미소는 많이 부풀어오른
막내의 입술에 머물러 있다
앉은자리마다 스쳐가는 바람의 음계는 달라
큰언니는 까치발을 하고 고개 빼내어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며 행인들 올려다본다
오늘밤에도 이슬은 꼭 내릴 거라고
저희끼리 쑥덕거리는 소리,
여윈 막내의 등 쓸어내린다
콘크리트 담장의 그림자 밀어내며
눈물방울도 보석인 양 매달고
살아가는 네 자매
고단해진 햇볕이 슬금슬금 내려와
민들레 꽃잎 사이 기어든다
움츠리지 않는 꽃송이의 힘,
환한 봄날의 마디 밀어올리고 있다
돌멩이
황명강
설익은 풋감에게도 무시당하는,
돌멩이 걷어차면서 아파하는 사람은 없다
한때
풀꽃들 웃음 믿고 겁없이 날뛰었던 나
오늘은 비탈진 길에 사로잡힌 신세다
하교길 아이들이
새우등같은 담벼락 끌며 걸어오고 있다
내 몸 공벌레처럼 또르르 말린다
몇 시간째 골목길이었던 내가
돌멩이로 되돌아오는 순간이다
길의 가장자리에 앉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배짱 두둑한 바위도 삼켜버리는 세상
밟히고 걷어 채이면서
나는 돌멩이로 기억되고 있다
세상과 이어질 꿈틀거리는 길 하나 지키기 위해
내일도 누군가의 발바닥을 핥아야 한다
굴러다니던 골목이 가라앉고
제 부끄럼 고백하겠다던 모과가
담장 넘어 툭 떨어지더니 마주 앉는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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