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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명 강시인
폐교(廢校)라는 단어가 나오면 왠지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 어감부터가 쓸쓸함을 더해온다. 그러나 한 나라의 장래도 국운에 의해 부흥과 쇠락을 거듭할진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가 문을 닫는 일쯤이야 어찌 하겠는가.
산업사회에서의 농촌이나 산촌은 모든 경쟁력에서 밀려나는 것이 당연지사고 반면에 삶의 터전을 옮겨온 사람들로 도시는 점점 비대해져간다. 시골 학동들의 요람이었고 때로는 한 고을의 잔치마당을 열었던 학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안타까움의 소리들이 들려오더니 요즘은 어디를 가나 폐교가 눈에 띄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어느 명사는 어릴 적 추억이 남아있어서 고향에 들르면 꼭 한 번씩 둘러보았던 모교가 농협에서 운영하는 돼지 축사로 바뀌었더라며 울분을 토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큰 그늘을 만들고 있는 정든 나무 아래에서 친구 몇몇이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악취 때문에 추억마저 묻고 교정을 나왔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된다면 그래도 좋으련만. 시골에서마저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들어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폐교가 완전히 버려져 풀이 무성한 곳이 있는가하면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나 청소년수련원 등 좋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근래에 알게 된 어느 곳을 잠깐 소개하려고 한다.
서울의 명문 한의대를 졸업한 의사선생님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골의 노인들에게 의술을 베풀고 있는 현장이었다. 진료실로 변한 교실에서 뜸이나 침 등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친절한 간호보조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것이었다. 노인들을 승합차로 동네마다 모셔다드리는 일을 목격하며 폐교가 그렇게 아름다운 공간으로 되살아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했다.
치료를 받으려고 웃으며 등교하는 어르신들에게 그 곳은 아주 특별한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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