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영남일보 문화산책 -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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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1 10:36:48 입력

[문화산책]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황 명 강시인
 
 
토요일 오후, 국도를 이용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장거리여행이 아닐 때는 국도를 선호하게 되는데,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잔잔한 인심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 하겠다.
 
무심코 스쳐가다 시골 장날이라도 만나면 시원한 콩국에 우뭇가사리묵 한 그릇 마시고는 어머니 치마꼬리 잡고 시장 구경하던 유년의 추억에 젖어들기도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 것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은 너무도 소중하다.


집중호우가 몇 차례 지나간 탓에 햇볕은 강렬했고 하늘은 맑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손흔들어 주어야 할 도로변의 꽃이 포탄을 맞은 병사처럼 앙상한 몰골이었다


모든 길에 아름다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TV 화면으로 지켜보았던 이라크의 어느 거리가 떠올랐다.
누른 꽃잎이 절반은 떨어져나간 것도 있고 저희끼리 엉켜있는 모양새란, 그 지역 자치단체에서 공들여 가꾼 것이라 하기에는 안타까움과 불만스러움이 앞섰다.


루드베키아 또는 원추천인국이라 불리는 그 꽃이 언제부턴가 우리의 산골 도로변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나 어느 꽃을 선호하는 것은 각각의 몫이겠지만 여러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공원이나 도로변의 꽃가꾸기는 대충 선택해서 넘어갈 일만은 아닐 것이다.
 
몇 년 전 충청도 어느 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활짝 웃으며 줄지어 선 해바라기에 나도 모르게 눈인사를 나눈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덕분에 그 고장은 해바라기와 함께 여전히 상큼한 이미지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창문이 닫혀 있는데도 악취가 날 것만 같은 느낌, 루드베키아를 우리 눈길이 자주 머무는 도로변에 심어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차라리 강아지풀이나 잡초가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좋았을 것을.
 
주위 경관이나 정서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을 지향하는 도로변 꽃가꾸기가 불만스러운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