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 망우공원에서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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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춘추> 망우공원에서

 

 

 

 황 명 강


대구를 들어서는 동촌 진입로 양쪽으로는 숲이 잘 자란 공원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장인 망우당 곽재우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망우공원이라 이름지었다는 이 공원. 가장 높은 위치에는 말을 타고 장검을 찬 곽재우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동상 가까이에 있는 망우당 기념관에는 장군이 남기고 간 유품이 보관되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으며 붉은 복장에 백마를 탄 모습으로 전장에 나타나 신출귀몰한 전략을 펼쳤다는 홍의장군이 멀리 금호강을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망우공원 안에는 곽재우장군의 동상 뿐 아니라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조양회관 및 3·1운동 기념탑, 대구 읍성의 남문인 영남제일관 등이 있다.

집이 대구광역시 동구권에 있는 까닭에 시간이 허락하는 날은 가끔 망우공원을 찾게 되는데 잘 손질된 잔디밭과 백일홍, 목련, 은사시나무 등이 어우러진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기다보면 저절로 행복해지고 몇 편의 시를 쓰기도 했다.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남녀가 추억을 만들고 무료한 노인들이 모여 담소를 즐기는가 하면 체력을 향상시킬 여러 체육시설까지 갖춘 망우공원은 국민을 배려하는 정책을 실감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변을 걷고 싶어 동촌유원지 쪽을 향하다보면 실망스런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외국의 어느 거리인 양 착각할 정도로 위용을 뽐내는 모텔들을 만나는 일이다. 왜 하필 많은 모텔이 그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물론 투숙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강물이 흘러가고 주위경관이 아름다워 흡족할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모텔이란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에 더 큰 문제점이 따른다. 위치적으로 참으로 적합하지 않은 곳에 모텔단지를 허가한 공무원들의 생각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공무를 집행 했는지 꼭 들어보아햐 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연생태체험 공부를 하러 오고 잔디밭이 좋아서 유치원에서도 소풍을 많이 오는 곳이 망우공원이며 놀이동산이 있는 동촌유원지 또한 주요 코스로 여겨진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이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자리에 모텔 단지가 들어서 있다는 것은 후손의 도리에 있어 참으로 어긋나는 일임을 짚어본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래 대구에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의미있고 아름다운 망우공원을 제대로 가꾸어나간다면 자랑할 만한 명소가 될 것이다.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아쉬워지는 현실이다.

 

 

  입력시간 : 2005-05-20 14: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