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춘추> 대문 밖의 세상
황 명 강
사랑하는 가족을 대문 밖으로 내보내며 손을 흔드는 마음이 오늘따라 편하지만은 않다. 태어남의 선택이 스스로의 몫이 아니듯 이 시대를 마주해야 하는 일 역시 이미 걸머지워진 숙명이다. 대문 밖을 나서는 순간 수만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불안하고 그 위험을 만들어내는 이들 역시 우리들 자신임에 더욱 두렵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우고 유치원 문턱을 넘게되는 시점부터 '무엇은 조심해야 한다. 무엇은 하면 안된다.' 등등 부정적인 시각을 길러주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생존을 위협받기가 일쑤이며 늘 손해를 보는 쪽에 서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슬방울처럼 맑고 영롱하던 눈동자는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하고 눈치 살피기에 길들여지면 하나 둘 꿈꾸던 이상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일은 자신의 어떤 의사와도 상관없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경우. 한순간에 세상을 등지고 돌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며칠 전 일어난 일본의 효고현 열차 탈선 사고 소식을 접하며 오래지 않은 대구의 지하철 참사 악몽이 되살아났다. 단 몇 분의 시차로 그 열차를 타지 않아서 생명을 건진 사람들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동안 행운아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시시각각 위험 속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사상자의 수가 500여명을 넘었다는 비보를 들으며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밀쳐버리기에는 너무도 섬뜩한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커브길에서의 과속과 탈선방지 시스템의 미비로 일어난 사고로 추정된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도 전국을 몇 시간대로 연결하는 고속열차가 운행 된지 일 주년을 맞았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여 거짓말처럼 아주 잠깐이다 싶게 서울역에 도착하던 어느날, 마치 꿈속인 듯 감동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땅 위에서 이런 기적이 일어나다니! 동화 속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떠올릴 정도였다. 우리는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인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가. 안전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일본에서 일어난 열차사고의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함은 기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할 때 남의 불행을 볼 줄 알아야 하겠고 우월감에 도취되었다가도 재빨리 본연으로 돌아오는 지혜가 요구되는 생활.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기 이전에 다수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저녁이면 사랑하는 이의 귀가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대문 밖의 세상은 늘 전쟁터이다.
입력시간 : 2005-04-29 13:1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