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 명함에 관한 단상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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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춘추> 명함에 관한 단상

 

 

 

 황명강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은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독 느끼는 것은 명함에 관한 문화이다.

어느 자리에 가든지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고 반드시 몇 장의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게 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많이 접해야 하는 복잡한 현대인의 한 단면을 대변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고을에 사는 누구의 후손 아무개라고 하면 서로 알아듣고 반기던 시대가 그리 오래된 옛일도 아닌데 이제는 까마득한 전설이 되어버렸다.

며칠 전에는 어떤 분의 명함을 받아들고 잠시 혼란스러운 적이 있었다. ㅇㅇ연대 회장, ㅇㅇ연합 회장, ㅇㅇ클럽 사무국장 등등 앞 뒤면에 빼곡이 적힌 이력을 읽으며 그 명함을 당당하게 건네줄 만큼 진심으로 이사회에 바람직한 인물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화려한 외형으로 포장을 해도 얼마 가지 않아 그 속내를 들키게 마련이듯이 자신이 내놓는 명함에 대해 책임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인구가 많다보니 경쟁은 당연한 일이고 한 분야에서 끈질기게 노력해도 그 뜻을 이루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텐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이름만 걸어놓고 그 역할은 미미한 채로 살아간다면 누가 그의 삶을 인정해 줄 것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로 스팸메일이 시시각각 날아든다. 그것들을 지우느라고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내가 건넨 명함이 어쩌면 내일 휴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화시대에 나의 명함이 쓰레기가 되는 일은 없겠는가. 신중하게 처신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명함은 상대로 하여금 나를 기억하게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인간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명함을 주고받는 예절을 필수로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얼마나 자신을 갈고 닦아야 누구에게나 소중하게 간직될 명함을 새길 수 있을지.

요즘은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므로 명함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인이나 본인의 사진을 인쇄하는 등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명함의 외형이 화려하다고 해서 자신의 인격이나 지위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상대로 하여금 공손한 마음으로 받고 싶어하며 간직하고 싶어할 명함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입력시간 : 2005-04-15 16:3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