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춘추> 축제
황 명 강
축제! 비록 젊은이들 뿐만아니라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단어 중의 하나이다. 돌아보면 저만치 서있는 청춘의 한 부분을 진하게 채색하면서 삭막한 마음에 때로는 향기를 선물하기도 하는 말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축제는 그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며 자신들이 그 정서에 소속되어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당연시 된다. 축제란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참여하는 행복의 장이며 흩어져 있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인즉, 만연하는 축제를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상업화 되어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는 심정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축제는 어린시절에 있다. 정초부터 장정들은 새끼를 꼬아 굵은 동아줄을 만들기 시작했고, 정월대보름날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큰길에서 줄다리기를 하였다. 풍성한 먹을 것에 꽹과리와 북이 동원된 응원에 보름달이 지새도록 꼬마아이들까지 골목을 누비고 뛰어다녔다. 광고를 보고 찾아가서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기 일쑤인 요즈음의 축제와는 색깔부터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며칠 전이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던 친정 부친이 허허 웃으시면서 "얘야 앞으로는 모기나 벼룩이 축제도 생기겠재!" 하신다. 아마 어느 지역의 나비축제에 대한 내용을 보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그 지역을 홍보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민들을 이롭게 하려는 목표에는 동의를 표하나 치밀한 계획 없이 적당하게 치루어 지는 행사가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역마다 특산품의 명칭을 내걸고 축제 행사를 하고 있으나 기대를 하고 찾아가 보면 어느 곳이나 별반 다르지가 않다. 이벤트회사에 의뢰한 획일화된 프로그램보다는 좀 서툴러도 지역민 위주의 공연이나 전시회라면 더 큰 관심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런지. 횟수를 줄이더라도 한 번 참여하면 영원히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멋진 축제가 어디에선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2002 월드컵 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십만의 인파가 모여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러댔고 거리에는 활기가 넘쳐났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월이 흘러도 그 행복감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축제란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저절로 흥이 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축제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돈벌이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축제가 되기를 빌어본다.
입력시간 : 2005-05-06 18:5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