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소중한 발견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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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춘추> 소중한 발견

 

 

 

 황 명 강


올해 봄은 쾌청했고 유난히 꽃들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냈다. 개나리의 노란 빛깔이 그러했고 백목련 꽃잎은 젖먹이 아기의 살결처럼 투명했다. 해마다 꽃은 같은 음계로 봄을 노래하고 있었지만 유독 올해의 꽃이 아름다웠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높이가 달라져 있어서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어제는 하양에서 대구로 향하는 국도변을 무심히 달리고 있는데 도로 옆 철망에 매달렸던 장미송이들이 거침없이 차창을 넘어 내게로 달려드는 것 아닌가. 그들을 옆자리에 앉히고 많은 이야기들 들어주면서 문득, 자연을 이해하고 서서히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얻고자 하는 것들이 열정과 욕망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음을, 시를 쓰면서 나이를 더해가면서 깨우쳐가고 있다. 세상의 만물은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내 것을 하나 버려야 밖의 것을 볼 수 있다는 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잠들어있어야 할 첫 새벽, 나뭇잎의 출렁거림을 내다보며 반가운 눈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 요즘은 그들과의 대화를 종종 시를 통해서 나누고 있다.

언제부턴가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참으로 대단한 부자가 되어 있었다. 저금통장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으며 수십만 평의 정원과 하늘과 바람과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웃음까지 얻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져버린 일이다.
몇 분 걸리지 않아 당도하는 금호강변의 망우공원, 하루 종일 휘젓고 다녀도 누구하나 싫어하는 기색이 없으니 완벽한 내 것 아니겠는가.

권력을 휘두르던 전직 대통령의 형이 사기로 고소당한 뉴스를 읽었다. 재물과 그로 인해서 얻어진 행복이 혼자만의 것일 때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따지고 보면 민초들이 지켜온 이 땅을 도대체 무슨 권리로 좌지우지하는 층이 생겨났는지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다.

선사시대를 거쳐 부족국가가 생겨났고 수 없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역사를 이어오고 이 땅을 지켜온 이들은 그 시대의 왕이나 지배계층이 결코 아니라 무너진 성의 바위조각같이 우직하게 살아온 백성이었다.

 

가진 자가 나누어 줄줄 모르고 기득권만을 주장하며 심지어는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국적까지 내던지고 있으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우리는 후세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토록 선명한 빛깔로 하늘을 흔들던 봄꽃들은 이미 갈 곳으로 돌아갔다. 짧은 순간이지만 아름다운 한때를 위하여 자신의 향기를 나누어주는 그런 아량으로 사물을 바라보았으면.

 

 

  입력시간 : 2005-05-27 17: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