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2005년 영남일보 칼럼 문화산책 - 거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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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1 10:36:48 입력

[문화산책] 거울

 

 

황 명 강시인
 
 
신록은 축제를 하듯 저리도 짙푸른데 나라 안은 온통 아픔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최전방 GP에서 일어난 사고소식을 접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려오는 마음은 다스려지지 않는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우리의 소중한 아들들이기에 이 일은 온전한 우리의 일이며 책임자를 추궁하고 제도권을 탓하기 이전에 이 사회의 일원인 국민 모두가 진정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에 널린 수많은 돌멩이가 제각각이 듯 천차만별의 가정에서 자라나 여러 집합을 이루며 구성되어지는 이 사회에서 모든 사고의 원인은 이기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대가 없는 사고란 당연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상대를 나의 거울로 여기지 않고 단지 상대로만 보았기 때문에 이런 참혹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대가 꽃처럼 웃고 있다면 그 순간은 내가 꽃이었던 셈이고 성난 황소의 울음소리 또한 외면할 일이 아니다. 바로 나의 모습임을 깨닫고 먼저 내 편의 마음을 누그러뜨린다면 결국은멈추게 돼 있다.

모든 불상사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그 이면에는 늘 오래된 배경이 전제된다.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기성세대, 그것도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지도층에서마저 이기심과 책임전가를 서슴지 않으니 신세대들은 무엇을 진실이라 믿으며 자아를 키워왔겠는가.

모든 가정이나 관공서는 물론이고 마을의 작은 공원에까지 여유가 닿는 대로 거울을 많이 걸어두자고 권하고 싶다. 상대를 나의 거울로 보지 못한다면 내 모습이라도 자주 비춰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일어나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고 양치질을 하면서 건강한 치아와 인사를 나누고 출근길에 나설 수 있게 해준 직장에 감사해야 하는 답을 거울은 던져 줄 것이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자신의 작은 잘못부터 먼저 반성한다면 상대를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일은 감히 엄두조차 내지 않을 것인즉, 오늘은 현관 입구에 세워놓은 전신 거울을 티끌 없이 닦아놓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