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영남일보 문화산책- 파블로 카잘스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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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1 10:36:48 입력

[문화산책] 파블로 카잘스

 

 

황 명 강시인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분입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아직도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습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카잘스는 활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지금도 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대화는 첼로의 성자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카잘스가 아흔 다섯살 때 어느 기자와 가진 인터뷰 내용 중의 일부이다. 카잘스라는 첼로의 성자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첼로는 지금과 같은 화려한 솔로 악기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과 함께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첼로의 성서로 거듭 태어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평생을 걸고 첼로의 주법을 연구하고 사랑했던 파블로 카잘스.
그는 예술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준 훌륭한 인격자이자 프랑코 독재정권에 항의하여 10년간 첼로 연주를 멈출 만큼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던 의연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장맛비가오락가락하는 우울한 날씨 탓일까. 문득 굵직한 선율과 함께 첼로의 성자인 파블로 카잘스가 떠오른 것은, 애를 태우며 기다리던 비도 장마로 이어지면 생각지 못한 재해를 동반하듯이 모자람도 더함도 없는 이상적인 예술인의 길이란 고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가 아흔 여섯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에 걸쳐 하루 여섯 시간씩 첼로를 연습했다는 감동적인 글을 접하면서 수많은 헛것들을 쥐고 허우적거리는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시적으로 읽히는 시인이란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누가 불러주든 불러주지 않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시인이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수없이 채찍을 가하게 된다.


오르고 싶은 의욕만으로 높은 산을 탓하며 보낸 날들의 어리석음을 만회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주어진 밤을 하얗게 밝힐 용의가 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진실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답 또한 찾아야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