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지면 발표詩

'남해일기' - 시 경북문협지에 발표(2009년)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9. 10. 7. 10:15
2009년 7월-경북문협지 에 '남해 일기'발표
 
 

남해 일기


황명강

 


탁음의 파도소리 끌며
모터보트처럼 킬킬거리던 영혼이
있었다 죽은 장수가
살아서 죽어가는 것들 위로하는 남해에서
생선가시를 씹고 태양의 이마를
훔쳤다 유람선 한 바퀴로 읽어치운 남해
한 권, 둥둥 북소리가 내 등을 따라다녔다

바람의 고정관념 거부한 채 뒤척이는
나체의 해변, 몽돌은
모든 그림자를 둥글게 궁글렸다
깨진 유리 속엔 날지 않는 날개와 보이지 않는 눈
당신의 이름마저 단단한 자물쇠를 채워버린
둥근 목소리 둥근 손바닥,
내가 밟은 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분노와 용서가 키운 바다의 자식,
한나절 밟고 휘저은 그들 앞에
칼등처럼 엎드려 게워낸 바람 그리고 당신

이젠 남해를 안다고도
세상을 산처럼 살아야겠다고도 쓰지 않겠다
떠나간 사람 돌아온 사람 그 사이를
걷고 있는 내가 아는 것은
해안선에 갇힌 직선과 곡선 뿐, 파도의
허벅지를 미역의 검은 혀가 파먹었다고
한때 당신의 전부를 가진 적 있었다고도
이젠 말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