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경북문협 한국시인협회 100주년기념'태산교악의 울림'에 발표한 시
가시에 대하여
황명강
전봇대 서있는 풍경은 서정적이다
뽑아야 한다고 쓴 어느 기고문의 유년에도
전봇대는 박혀있다
정치기자의 빳빳한 뒷모습처럼 가슬가슬
삭막함으로 읽히는 서정, 그러나
양복 윗도리 벗으면 오솔길 나오고
어스럼 별빛 견디고 서 있을 전봇대
문자메시지와 불 켜진 네이트온 창 지나
내 안을 걷고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천 개 흉터 어디에도 없던 사람
산을 키우고 별을 마시며 샤갈의 마을
버티고 살았다는 사람, 아파트 진입로의
전봇대처럼 우린 서로의 가시였을까
애써 참으려 했던 풍경이었을까
가시 박힌 자리는 아프다
한번 박히면 오래 추억되는 속성이
아프다 뽑혀져 나간 가시도
아팠을까 그랬을까
그러나 새벽안개에 갇힌 전봇대처럼
묵묵히 깊어진 가실 보면 또 손잡고 싶다
제 살점 되새김질하며 박혀있는 모든 가시들
뽑히기 위해 견디는 서정적 몸부림,
내 길은 오늘도 싱그러운 가시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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