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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고등학교 이동복 선생님 (2005년 11월)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3. 17. 14:21

 

 

출향인 인물포커스
경산고등학교 이동복 선생님

 



억새꽃 무너질 듯 흩날리는 경산시의 남매지 못을 끼고 경산고등학교가 나타났다. 2,000년도 전국 학교 건축물 콘테스트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던 학교로 알려져 있는 경산고등학교는 31학급, 1,019명의 학생들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남매지를 배경으로 바라보면 호텔로 오인하기도 한다는 아름다운 경관의 경산고등학교는 시설 또한 어느 대학에 못지않은 듯 했다.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교정에 아침 7시만 되면 여지없이 모습을 보이는 선생님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 만남을 시도했다. 우리 사회를 깊숙이 알기 위해서 굳이 담임을 자처하며 사랑을 몸으로 가르치는 이동복 선생이 그분이었다.

1949년 경주시 강동면 안계리에서 태어난 이동복 선생은 양동초등학교, 경주중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학과, 경북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을 꿈꾸었고 대학시절의 동인들은 현재 문단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는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동복 선생은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길을 걸었고“과학적 설명의 과학교육에의 적용”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1973년 심인중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교직에 몸담게 되는데 선생의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깊은 뜻으로 1978년부터 1996년까지 산업체부설학교에서 18년을 재직하게 된다.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는 당시를 회상하며 선생의 목소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당시 제일합섬 경산공장 부설 중고등학교 창립멤버로 어려운 가정 사정에 중학교마저 진학할 수 없는 전국의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면서 격려하고 알려서 2,000여명 이상의 제자를 길러내었다. 감사함을 잊지 못하는 제자들의 성화에 선생은 37세부터 결혼식 주례를 보았다는 주위 분들의 전언이다.

 

1996년 특채로 공립학교인 축산고등학교로 발령받았고 1997년에는 6개월간 유럽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유럽 6개국의 학교 수업 현장을 꼼꼼히 살펴 우리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연수였다고 한다. 경산고등학교에 재직한지도 어언 4년째인 이동복 선생은 학생들을 통해서 기성세대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동복 선생은 일선에서 우리교육의 허점을 절감하게 되었음을 전하며 기회가 된다면 개선의 기틀을 마련해보고 싶은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에게 철학이 없고 선생님들은 책임의 범위 안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가정 내에서 사회참여로 인한 어머니의 부재를 학교에서라도 분명 메꾸어야 한다는 지론를 펼치며 몸을 던져 교육계의 개선을 꾀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사고는 급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권위주의 적인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계의 허와 실을 실무를 통해서 선명하게 알고 있는 이동복 선생같은 분이 나선다면 새로운 문화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이동복 선생은 상주시 문화원소속 유림교양강좌에서 강의를 했으며 경북대학교, 경북과학교육원 등에서 강의 초청을 자주 받는다. 또한 대한교육회 화학 교육지 대구경북편집위원으로 매회 컬럼을 쓰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란 참으로 훌륭하다. 일찍 세상을 뜨신 형님을 대신하여 어린 조카들을 대학교까지 마치게 했고 부모님께는 지극한 효자였음이 전해지고 있는 이동복선생. 어릴 적 문중의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배운 논어와 맹자가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한다. 작은댁이 있는 양동마을을 수시로 오가며 경주에 남다른 애정을 쌓고 있는데 전문분야인 만큼 양성자가속기에 대한 자상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셨다.

 

가족으로는 부인 신말숙씨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는데 장녀 주연씨는 심인고등학교 교사로 차녀 연경씨는 카톨릭대 병원 간호사, 장남 승찬씨는 우석대학교 한의학과에 재학 중이고 막내 정민은 초등학생이다. 이동복선생님 가내에 평안을 빌며 선생의 날개가 활짝 펼쳐질 날을 기대해본다.

 

 

황명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