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인생, 삶 그자체가 수행이다 -대구고등법원 국세청파견조사관 백재환-
자리를 함께 하거나 스쳐 지나칠 때면 항상 웃는 얼굴과 밝은 미소로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나 희노애락은 있을 것인즉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를 구축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산은 올라봐야 나무들이 웅성거리는 이유를 알게 되듯이 사람 또한 깊이 들여다보아야 그 안에 얼마나 실한 숲을 키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인과 2남, 큰아들은 대구한의대 4학년, 둘째는 서울대학교에 다니다가 뜻한 바 있어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함은 물론이겠거니와 주어지는 나날의 삶을 백재환조사관은 수행의 자세로 임하고 있음이 남다르다 하겠다.
지난 10월31일 경주, 동아 오픈마라톤대회가 열리던 날. 새벽 5시20분! 알람 소리에 잠을 깬 백재환조사관은 평생 동안 108배를 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흥륜사로 향했다. 이차돈이 순교하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는 유서 깊은 신라 고찰 흥륜사에서 기도를 마치고 여관방에서의 간단한 식사. 대회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가가 서울에서 왔다는 분을 만나 일행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한눈에 서로가 달리는 사람임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먼 길을 달려와 여관방 신세를 지고 고독한 질주를 하는 사람들, 옷을 갈아입고나면 곧 헤어져 자기 길을 갈 사람들이지만 금방 친해진단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마라톤! 달려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고통과 희열! 처음 풀코스는 가족의 안녕을 위하여, 특히 유방암 수술을 하고 투병 중이던 부인의 쾌유를 빌며 뛰었고 두 번째는 아들이 좋은 대학가서 제 길 제대로 잘 가 주길 빌며 뛰었다.
그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할 일을 잘 하고 있고, 이번에는 자신을 위하여,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인생의 답을 구하기 위하여 뛰기로 했단다. 10Km를 지나 18,9Km지점은 서천다리에서 무열왕릉 입구를 돌아 흥륜사 절, 남천내를 지나 첨성대, 반월성을 뒤로하고 다시 보문호, 분황사 예불소리를 들으며 단풍길을 아픈 배를 억지로 추스르며 보문입구 숯머리 30Km반환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향했다.
마의 35Km지점을 지나 36Km, 쉬지 않고 달리던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그때의 목표는 1Km만이라도 더 뛰고 쉬어야겠다는 것. 40Km지점 안내판을 안아 보고 41Km 안내판에는 입을 맞추었다고. 그리고 결승점! 4시간24분37초, 동아일보 경주오픈마라톤 풀코스 참가번호4176번 백재환. 연습부족과 무리한 목표설정으로 어려운 완주를 마치며 “교만하지 말고 조심하며 준비하라”는 성인의 말씀을 되새겼다고 한다.
오봉산 동남 산자락에 위치한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 가척 마을, 백재환조사관은 6형제의 막내로 위로는 맏형이신 부산대학교 백인환교수, 중씨는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백종환과장, 부경대학교 백선환교수 등 형제분 모두가 사회의 빛이 되고 있다.
30년의 공직생활, 9급으로 시작하여 입사동기 중 가장먼저 사무관으로 승진하였고 곧 세무서장으로 승진할 즈음인데 현재 대구고등법원 국세청 파견 조사관으로 조세소송부분에서 납세자의 억울함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직으로 지원한 이유를 물으니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란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바꾸기 위한 몸부림. 마라톤, 3,000배 절하기(8시간 이상 소요됨), 5일 무박 용맹정진(잠을 자지 않으며 참선) 등등...무엇이 가장 힘들더냐고 물으니 그냥 웃으신다. “3,000배를 하고 나면 그저 참회의 눈물이 날 뿐이지요” 새벽기도와 108배를 생활화 하고 있고 좋은 일 많이 하며 처절하리만치 열심히 살고 있으면서 참회할 일이 또 있느냐고 물었더니 직접 해 보라고만 하셨다.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진리의 말씀. 또 다른 일화로는 얼마 전 경대병원 치과에서 인프란트 시술을 받았는데 돈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줄을 달아서라도 교수나 전문의에게 맡기려고 하는데 백재환사무관은 그와 정 반대로 초심자에게 심었다는 것이다.
전문의가 되려면 무우에도 심어보고 무수히 많은 연습을 했다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상대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되는 것, 이것은 분명한데 그 진리를 왜 알면서 외면하는지 스스로 실천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처절한 수행의 삶을 살면서 남에게는 언제나 관대한 사람. 이 사회를 밝히는 연꽃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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