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수리뫼에는 전통음식 문화가 있다.
-전통음식 문화체험, 조리기능장 박미숙관장과 함께-
수리뫼란 경주 남산의 최고봉인 고위산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2006년 궁중음식 조리기능장인 박미숙관장이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경주최씨 종택인 충의당 일부에 전통음식 체험관을 설립하면서 수리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에서 만든 음식맛이 으뜸이고 이곳의 정성이 최고” 라는 뜻과 아울러 “아름답고,깨끗한 값진 장소”의 의미로 명명했다는 곳. 반쯤 열린 소슬대문을 들어서자 타임머신을 타고 천 년을 훌쩍 되돌아간 듯 정갈한 정원의 솟대와 가원(전통 장독대)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비파(琵琶), 가원(佳園), 포회, 삼락당 등을 지나쳐 활인당(活人堂)이라 붙여진 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대소쿠리에 담겨진 약과와 우엉정과가 눈길을 끌었다.
이웃끼리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듯 박미숙관장과 연구생들은 짤막한 농담까지 섞어가며 음식을 만지는 중이었는데, 한 접시 담아 내놓는 폼이 인심좋은 대갓집을 찾은 느낌이었다.
실내 조리실습장을 일�는 활인당은 내남면 이조에 조선시대 근세까지 운영되었던, 어렵고 배고픈 사람을 도우는 곳이었다고 한다.
“맛난 음식을 정갈하게 마련해 사람들을 배불리 먹여 즐거운 세상을 만든다.”
위의 말은 그저 평범한 듯 들리겠지만 먹거리가 풍족한 현대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추구되는 내용이다. 정갈하고 맛난 음식이 있다면 어딘들 마다하겠는가. 명절이면 10시간씩 소요되는 먼 길을 빠지지 않고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 행렬, 그 끝에는 정성으로 빚은 어머니의 손맛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때마침 박미숙관장이 구정 선물용으로 손수 포장 중이던 한과셋트를 내보였다.
직접 고은 조청에 찹쌀로 만든 한과와 앙증스런 항아리 몇에 담긴 젓갈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받는 입장이라면 한 해 동안 이런 선물을 준비한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마음 한 자락 늘여놓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박미숙관장의 설득력있는 식문화 강의에 귀 기울인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전수자인 박미숙관장은
당시 관광공사 경주관광교육원에 재직하던 부군 최진호씨와 결혼하면서 경주인이 되었다.
지금은 타계한 스승 황혜성선생의 가르침에 힘입어 서울 경주를 오가며 신라음식을 연구, 개발했고 19년 째 경주의 올바른 식문화 보급에 앞장서왔다.
1990년부터 경주시가 운영하는 여성복지회관에서 강의를 해오고 있다는 박관장은 부산, 울산, 청송, 대전 등지의 각 대학이나 복지회관의 강의 요청도 거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힘들더라도 뜻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조리체험은 물론이거니와 식사체험 또한 중요한 문화의 한 부분입니다. 많은 이들과 이러한 의식을 공유하고 싶은 겁니다.” 25년 넘게 전통음식을 연구해왔지만 늘 겸손한 자세와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일관해온 박관장을 알만한 사람은 그 인품의 아름다움을 먼저 꼽는다.
구정 지나면 열린다는 정월 ‘전통장 담그기’ 행사를 준비 중이라는 수리뫼 한켠에선 메주 뜨는 냄새가 유년의 뜰인 듯 일렁인다.
이곳에서는 전통음식 체험(신선로, 구절판, 대하찜, 연저육찜, 골동반, 맥적, 타락죽, 규아상, 매작과, 각종단자와 다식, 정통병과 등), 김치담그기 체험(통배추김치, 고추씨김치, 총각김치, 보쌈김치, 장김치, 오이소박이등), 순두부와 두부 만들기 체험(가족, 단체가 직접 장작불 지펴 두부 만들기),
외국인 전통음식 체험(외국인을 위한 불고기와 김치, 궁중비빔밥, 궁중 삼계탕, 구절판, 눅두전 등), 계절체험(계절에 따른 식재료로 매실청, 모과청 등과 고추지, 마늘지, 양파지, 김장아찌, 매실장아찌 담그기) 등이 예약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음식(육포, 된장, 간장, 청국장, 감장아찌, 가죽지, 더덕장아찌, 호두강정 등)과 전통혼례음식(폐백음식, 이바지음식, 궁중음식, 한과 선물셋트, 돌상, 회갑상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설연휴, 음식체험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수리뫼에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들려보면 어떠할런지. 푸근한 웃음 속에 허술함을 허락하지 않는 박미숙관장과 경주최씨 고택에서 뿜어져나오는 은근한 멋이 어우러져 쉽사리 잊히지 않을 뜻밖의 추억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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