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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정신적 유산을 찾아 나선 부산 이수길선생 - 2006년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9. 00:12

 

 

선조의 정신적 유산을 찾아 나선 

부산 이수길선생

 

 

 


고희를 넘긴 선생의 서가에는 손때 묻은 흔적의 서책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공부에 여념이 없는 선생의 일상을 대변하듯 책상에는 몇 권의 책이 단아하게 쌓여있었다. 부산의 경주중고등학교 동창회 수봉산우회 고문이며 산행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후배들을 격려해온 이수길선생. 지난 설악산 산행에서는 부인 장태향여사와 함께 대청봉을 거뜬히 올라 후배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 들었다.

 

이수길선생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이 아름다운 분임을 한 권의 책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으니 선생의 조부이신 하청. 강식(下靑 .康植)선생의 유고 ‘하청만고’(下靑謾稿)를 한글로 번역하여 발간한 일이었다. 선생은 ‘하청만고’의 국역을 위해서 논어, 맹자를 비롯한 수십여 권의 서책과 씨름하였으며 백곡서당에 입당하여 한학을 공부하였다.

 

4년에 걸친 선생의 집념은 드디어 고희를 맞은 해인 2004년 음력 3월 350부. ‘하청만고’의 편찬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하청만고’는 이수길선생의 조부인 하청 이강식선생께서 자필로 남기신 유고인데 시, 서, 만사, 제문, 묘갈명, 기행문, 상량문 등 주옥같은 필치가 정연하고 깨끗하여 선인의 단아한 위용과 숨결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하청선생은 조선조 왕손의 일파인 효령대군의 18대 손이며 8대조인 병와 이형상선생은 숙종조 당시 경주부윤을 지냈다. 학덕이 고매하고 문무를 겸비하여 역사에 길이 남아있는 분으로 알려져있다. 이수길선생은 1935년 영천시 고경면에서 태어나 고경초등학교를 다니던 중 진학을 위하여 영천시내 조양초등학교로 전학을 한다. 경주중학교,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영어영문과를 나왔으며 군복무 후인 1961년 경찰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 합격, 부산 서부경찰서를 초임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6.25동란, 4.19학생의거로 이승만대통령이 하야하고 군사혁명을 거쳐 박정희대통령이 정권을 잡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체험해서였는지 선생은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일관해왔다. 1993년 부산진 경찰서를 마지막으로 33년 근속한 경찰공무원을 정년퇴임하기까지 그리고 현재에도 처음 부산에 내려와 터를 잡았던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음은 그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례가 된다.

 

대통령으로부터 근정포장을 받은 일 외에 수많은 표창과 공로패를 받았고 퇴임 후에도 많은 봉사활동을 해왔다. 부산시청소년선도위원으로 7년간 봉사한 일, 1999년에는 완산이씨 병와공파종회 종회장으로 취임했으며 2001년부터 경주문화원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2002년에는 효령군의 둘째아들 서원군종회 대의원에 선임되었다.

 

특히 2003년 김태환 제주시장으로부터 ‘제주목관아 복원 및 유물전시회’에 제주관련 자료를 출품 협조한 공로로 감사장을 받고 융숭한 대접을 받은 일은 조상을 잘 둔 덕분이었다고 감사해 했다. 선조 때부터 이수길선생 가문은 경주와 깊은 인연을 여러 번 맺어왔다. 선생역시 경주시 강동면 도금리 장석모선생의 여동생인 장태향여사를 부인으로 맞았던 것이다.

 

사비를 들인 것은 물론이고 문집을 국역하여 편집하고 발간하는 일은 엄두를 내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조상의 얼을 되살리는 일. 후손들에게 교훈의 자료로 삼게 하기 위하여 뜻을 굽히지 않은 선생께 존경의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의 열정은 부산의 경주중고등학교동창회에서나 수봉산우회를 통하여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청만고’ 원문을 대하는 순간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느끼고도 남음이 있었다.

 

부산에서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학창시절의 추억이 어려 있고 선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경주를 너무도 소중히 여기는 이수길선생. 부인 장태향여사와 손을 잡고 자주 산을 찾으시는 것을 가장 행복하단다. 장녀 이 송씨는 부산 국제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며 차녀 이 정씨는 의류학을 전공하여 우수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고 경남 거제에서 병원을 개원(참사랑의원)한 장남 진규씨는 말하지 않아도 선생의 큰 자랑이다. 선생을 통해 조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음을 감사드리며 가내 평안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