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시인, 부산의 정인조선생
시인을 만나기 위해 찾은 부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 221번지에 위치한 ‘동부산약국’. 큰 사거리 한켠을 차지한 채 주인의 마음같은 대형유리창이 말갛게 반짝이고 있었다.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눈에 띄는 것은, 얼마 전 시와 수필이 있는 약 이야기로 출간된 선생의 수상록 ‘藥窓에 비친 잔물결’ 이었다. 시와 수필 사이에 간간이 의학상식과 두 개의 세계를 겹쳐서 들여다본 사물들을 시로 옮긴 아주 특별한 책이기에 약국을 찾는 손님이 원하면 기꺼이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고 했다.
한 생을 살아오면서 여러 갈래의 길을 질풍노도처럼 달려왔고 이제는 잔물결같은 심상을 다스리며 인생을 관조하는 모습이었다고 그 느낌을 적어본다.
1942년 경주시 내남면 명계리에서 태어난 정인조선생은 명계초등학교, 경주중고등학교, 부산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ROTC 5기였던 선생은 군복무 후인 1970년 부산 온천장에서 약국을 개원하게 되는데 규모가 커질수록 좁은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의 반복으로 인한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너무도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55세를 전후로 모든 정치생활을 정리할 때까지 제 1야당 위원장을 15년 지냈으며 부산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4회 하였다고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는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은 가늠이 되고도 남았다.
"어차피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40대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허무주의에 듬뿍 취했던 것이 문학을 하게 된 동기였다.“고 말하는 정인조선생은 1986년 ‘예술계’를 통해 등단, 시집 ‘돌의 날개’와 수필집 ‘멀지 않아 어느 날’, ‘약창에 비친 잔물결’을 내놓았다.
열정과 야망 그에 따른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종교나 문학이라고 판단하면서 책을 읽고 시를 쓰고 다시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내다보니 스스로가 누구인가 하는 답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좁은 약국이 한없이 넓어진 것은 시인에게 상상의 날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30년 넘게 온천장 부근에서 열었던 약국을 4년 전 의약분업 후 이곳 동래로 옮겨오게 되었는데 글 쓰는 일과 약국에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며 너무도 조용한 날들을 맞고 있다고 했다.
인생이란 장작불처럼 하얀 재가 되도록 완전 연소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관해온 정인조선생은 고향의 일에도 늘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경주중고등학교 부산동창회 34대 회장을 맡았을 때 동창회의 활성화를 위해 기여했던 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전언이다.
생전의 부친이 아끼시던 땅이라 내남에는 논밭이 그대로 있고 언제까지나 남아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으며 선생의 애틋한 고향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으로는 늘 밖을 향해 에너지를 불태운 정인조선생을 따뜻하게 내조해온 부인 이순금씨와 1남 2녀가 있으며 장남 서현씨는 인정받는 회사원으로 장녀 서영씨는 출가하여 서울에 둥지를 틀었고 차녀 서아씨는 프리랜스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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