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 부군수님의 섹소폰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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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춘추> 부군수님의 섹소폰

 

 

 황 명 강


전통악기는 아니지만 그 음색이 굴곡 많았던 우리민족 정서와 흡사해서인지 제대로 된 섹소폰 연주는 감성의 깊은 곳을 자극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소녀시절, 특히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레코드판을 바꿔가며 하루 종일 끊길 듯 이어지는 섹소폰 연주에 취한 적이 많았고 요즘도 가끔 그 음률을 즐길 때가 있다.

다만  만나본 적 없는 연주자의 심상이 느껴지는 것이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세상의 일들이 무심히 흘러가지 않고 마음으로 들어와 침전되는 것도 나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인가.

막중한 업무가 끝나고 나면 노을 지는 산을 배경으로 섹소폰을 두어 시간씩 연주한다는 분이 있다. 딱딱한 공무원을 연상하며 찾아간 사무실에서 만난 벽에 걸린 섹소폰은 그의 음색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분이 신년 인사이동에서 청도 부군수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축하에 앞서 갑자기 그 섹소폰이 궁금해졌다.

앞만 바라보며 곧게 나아가는 것이 공직자의 길이겠지만 언 땅위에 서면 서러운 시를 쓰고 숲으로 울창한 산정에서 목청껏 산을 노래할 수 있는 분이라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물며 섹소폰을 분다.

 

가장 낮은 음과 높은 음 사이에서 한 음이라도 틀리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야 듣는 이가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어려운 악기를. 그런 분을 부군수로 함께 하는 청도에는 어렵고 힘든 일보다 아름다운 일들이 분명 더 많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제 3공화국을 거쳐 민주화시대를 지나 이제 완전한 국민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있지 않음을 서민의 입장에서는 늘 느끼는 바이다. 쪽방이나 어느 거리에서 쓰러져 가는 노숙자들의 아픔은 그들만의 것일 뿐 기득권자들은 수만평 초원에서 골프공을 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듯 넘실거리는 섹소폰의 음률처럼 어두운 곳에 눈 돌릴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부군수님과 섹소폰,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돌아오는 봄 청도의 산야에는 더 향그러운 꽃이 피어날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3-18 18: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