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춘추> 범람의 시대를 바라보면서
황 명 강
인체의 순환·흡수·분비·생식 등 생명 유지에 직접 필요한 기능을 무의식적 또는 반사적으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서서히 그 기능을 잃어가면 병이라는 징후로 인체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요즈음 이름난 병원에 모여드는 환자들을 보면 모자람보다는 과잉영양섭취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가 더 많은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비만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현대인들을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모자람보다는 넘치는 것으로 인해 병이 드는 시대. 그것이 인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현대사회의 모든 곳에서 드러나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 넘치다보니 귀한 것의 순위조차 잊어버린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라난 아이들은 끊임없이 받을 줄만 알았지 베푸는 사랑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가를 모른 채 성장하고 손만 내밀면 주어지는 물질은 그들이 사회에서 부딪히는 구비마다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않고 발목을 잡는다. 자식이 부모의 청부살해를 의뢰하고 삶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랑이라고 믿으며 베풀었던 것들이 역순환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심기를 한 뒤 벼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던 인내의 세대와는 정반대로 쌀나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떨어져 사는 도시의 아이들. 쌀 한 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에서 세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농경사회가 아니기에 여성들에게도 쉽게 주어지는 직장. 그리하여 어머니의 자리가 또한! 아버지의 자리가 흔들리게 되어 가정은 거짓말같이 해체되고 있다.
사랑이 어찌 영원하겠는가. 미운정이라는 억지를 부려가며 평생을 몸 부비고 살다간 옛 선인들. 그들의 자취를 더듬어보면 늘 추웠고 허기지고 고달픈 삶이었기에 가정의 울타리를 소중히 여기며 이웃끼리도 서로 끌어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우리나라 땅의 절반을 상위권 1%의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 것도 잠시, 경제부총리가 땅투기를 했다는 천인공노할 일에도 우리의 분노는 부풀어올랐다가 며칠만 지나면 사그라들고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 또한 뉴스 범람의 시대가 만들어낸 불감증이다.
모범을 보여야할 지도층 인사들이나 하루가 급급한 서민들이나 우리 삶에 있어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아야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사회의 자율신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다는 아찔한 느낌이 들면서 돌아본 주변은, 넘쳐나는 것들로 인해 잃어버린 진실이 너무도 많다는 느낌이 든다.
삼월, 자신의 생명까지 내던지며 나라를 위해 몸바쳤던 분들을 생각하며 피어나는 꽃을 바라볼 일이다.
입력시간 : 2005-03-11 19:2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