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 '두 손을 모으고'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9. 20:44





<문화> 문화춘추 - 두 손을 모으고

 

 


대구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대 참사의 비보로 더러는 잠을 못 이루었거나 식욕을 잃은 시민들이 많다고 한다.

육신이 까맣게 그을린 채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제만 해도 우리 곁에서 함께 웃고 숨쉬던 이웃 아니던가.

두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 몇 초 동안 손끝이 떨렸다. 사랑하는 자식과 부모, 아내를 잃은 이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오고 밥 먹는 일조차 미안하다.

보내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떠나보낸 뒤에야,

사람들은 문제점을 캐내고 회한에 젖는다. 극한 상황에서 누구나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하겠지만 맞은편 전동차의 승객들이 당한 사고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비책이라고는 없는 지하철을 목숨이 걸린 줄도 모르고 타고 다녔다는 사실,  한번 더 경악스러울 뿐더러 분노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치정자의 입장에서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신문이나 텔레비젼 또는 반상회 등을 통해서 비상사태에 임하는 내용을 시민들에게 숙지시켜야 할 것이다.

늘 고마워하며 타고 다니던 지하철이 죽음의 도구로 변한 일은 분명히 만일의 사태를 굳이 외면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
일이 터지면 대책회의나 열고 보상이 어쩌고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게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기 일쑤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한 발짝 물러서버리는 삶의 자세를 이제는 모두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빌면서,

남아있는 우리가 해야될 숙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헤아려 보아야 할 시간이다.
서로 조금씩 참아주기, 그가 누구이든 우리들 앞에 있는 것에 감사해 하기, 나무에게도 공기에게도 쉽게 지나쳐가던 열쇠 집 아저씨께도 고마워하며 살기.

전화를 걸어 위기를 전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목소리를 남긴 이들이 많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문명의 흑과 백이 엇갈리는 회한에 젖기고 했다.
한양천리를 걸어다니던 시절에는 이토록 가슴아픈 일 없었으리라.

사랑하는 이들을 보낸 유가족들이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 모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

 

 


황명강<시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