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강 발표칼럼 및 산문

대구신문 문화춘추 - 아름다운 사람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19. 20:22





<문화> 문화춘추 - 아름다운 사람

 

 



지난 겨울 어느날, 부산의 동백섬으로 동백꽃을 만나러 갔었다.  그날 일부러 시간 내어 만나러 간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섬을 둘러싼 붉은 꽃잎들이 바람마저 잠재우고 있었다.
송이 째 뚝뚝 떨어져 뒹구는 제 일부분을, 내려다보며 서 있던 나무들이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듬해도 또 그 이듬해에도 세상을 물들일 붉은 꽃잎을 몸 속 가득 감춘 채 바닷바람과 맞서 있던 그 나무.

신문의 사건 사고 난을 보면 우리는 더러 섬뜩함을 느낄 때가 많다. 세상이 왜 이렇게 험해졌는가에 대해서 걱정하는 소리들도 많다.

하지만 주변에는 참으로 한편이 되고싶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널려있다. 동백꽃잎 같은.

다리 불편한 사람이 앞이 보이지 않는 이를 도와주고, 짜장면을 볶아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이가 노숙자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한 이야기가 그러하다.

어제는, 대중가요 가사를 써서 우리에게 마음의 풍성함을 누리게 해 준, 유명한 작사가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외모에서 받은 느낌은 섬세하고도 가슴 적시던 노랫말과 조금 낯설었지만 겨울바람과 맞서서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처럼, 한 두 명도 아닌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환한 꽃을 피워낸 일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 하겠다.

자기에게 주어진 길이라고 결정했다면 어떤 벽이라도 뛰어넘어 이루어낼 때의 한결같은 모습을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지켜봐 주는 것 같다.

시인은 차가운 아스팔트길 위에도 시를 쓰고, 붕어빵을 굽는 아주머니는 붕어를 꼭 닮은 빵을 맛있게 구워내면 될 것이다.

 흰눈이 내려 마음에 쌓일 겨를도 없이 녹아 내리는 날에는 동백나무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나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서러운 이야기들은 가슴 속으로 밀어넣는다. 바닷가 그 나무처럼.

 

 


황명강〈시인회의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