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연구부장
설석규박사
이른 장맛비가 거짓말처럼 그친 6월의 산하는 그 푸르름이 온몸을 던지고 싶도록 출렁거렸다. 낯선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잠시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남안동 인터체인지에 내리자 그곳에서 27km쯤에 도산서원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방향은 약간 다르지만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주와 맥을 같이하는 도시라는 생각에 긴장을 하면서 달리는 동안 도산서원 조금 못 미치는 지점의 한국국학진흥원에 도착했다. 본관 2층 연구부장 집무실에서 설석규박사를 만나 차를 마시고는 책과 연구자료가 빼곡히 둘러쌓인 3층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구태여 묻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는 것은 예술품에 가까운 전체 건축물과 그 분위기를 아우르는 조경, 각 층의 연구실에 쌓인 전문서적들로 인해서였다.
전통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조사·보존·연구하고 전통적 가치관을 교육·보급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되었다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설석규박사는 다름아닌 경주사람이다. 1955년 경주시 양남면 수렴에서 태어나 경주의 문화로 숨 쉬며 자랐기에 그로부터 이날까지 외길을 고집하면서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고 하는 외골수의 아름다운 경주사람.
당시 수산물검사소의 공무원이던 부친을 따라 여러 곳으로 전학을 다니던 설석규박사는 연안초등학교, 경주중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사학과, 경북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교시절 남산을 자주 오르며 역사에 대한 인식을 키웠고 오늘에 까지 이른 그 길은 숱한 고개를 넘게 하고서야 받아들여주었다며 인고의 시간들을 잠시 들려주었다. 쉽게 얻고 쉽게 살아가려는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이 땅에는 미련스럽도록 자신의 분야를 지키고 연구하는 이들이 있고 그런 분을 소개하게 된 기쁨도 크다. 2002년 한국국학진흥원에 부임한 설석규박사는 경상북도 문화재 전문위원, 경북사학회, 대구사학회, 한국고문서학회 회원, 국제퇴계학회 연구원, 조선시대사학회 연구이사, 조선사연구회 회장역임, (사)남영학연구회 상임연구위원이며 이곳에서는 수석연구원으로서 연구부장을 맡고 있다. 또한 주요 국내 전문 학술지에 56차례 논문을 게재했으며 ‘옛 기록으로 읽는 조상들의 삶’, ‘서원을 찾아서’ 등16권의 저서 발간을 주도해왔다. 우리의 현재가 역사를 딛고 이루어진 것이고 보면 지나온 자취를 더듬고 연구하는 지루한 작업이 결국은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일인지 새롭게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여기서 잠시 한국국학진흥원을 소개한다. 국학원(약칭)은 한국학 자료의 수집ㆍ보존과 연구 및 보급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학 전문연구기관으로 한국학 자료 가운데 특히 민간에 흩어져 있는 멸실 위기에 직면한 유교관련 기록문화재들을 기탁받아 안전하고 과학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되었다. 2002년 유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의 탄신 500주년을 기념해 안동시에서 열린 세계유교문화축제에 맞추어 공식으로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오는 6월 20일경 국내에서는 최초로 유교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17만여 점에 이르는 한국학 자료와 수집된 유교관력 목판을 수만 점 보유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관심있는 이들의 기대를 모우고 있다. 특히 수려한 경관만큼이나 빼어난 국학원 건물은 훗날 건축물자체로서도 예술적인 가치를 평가받을 듯했다.
설석규박사는 요즘‘한중유교문화공동연구’를 위한 학술교류 행사로 많이 바쁘다고 했다. “신념을 가지고 해왔던 일에 매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난해한 작업도 많지만 해오던 일이라 즐겁게 하고 있다.”며 연구자의 시각에서 경주를 다시 바라보고 있음을 전하는 설석규박사의 건승을 빌어본다. 가족으로는 부인 이은희씨와의 사이에 진선, 진환 남매를 두고 있다.
황명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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