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내겠다.
작가 약력
신달자 시인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69년 '현대문학' 1972년 《현대문학》에 〈발〉 〈처음 목소리〉가 추천등단
시집 <봉헌문자>, <겨울축제>, <모순의 방>, <시간과의 동행>, <아버지의 빛>, <아가>
장편소설 <물위를 걷는 여자>, 산문집 <백치애인>,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19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2001년 시와 시학상, 2004년 시인협회상, 1998년 춘향문화대상 수상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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