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는 봄날
최동호
잠들지 마라. 눈 감으면,
꽃 피는 봄날
밝은 햇빛 저쪽에서
어둡게 산새가 운다.
무너져 내린 성터에는
나비가 될 몇 마리
흙 묻은 벌레들이
부스러진 흙덩이에서 구물댄다.
찬 바닥에 누워
마른 흙 냄새 울컥 들이키면
진한 향기 머금어
덩어리가 목구멍에서 끈적거린다.
잠들지 마라. 눈꺼풀 애무하면,
아스라이 얇은 피막 떨며
밝은 햇빛 저쪽에서
산새가 어둡게 운다.
작가 약력
최동호 시인
경기도 수원 출생
고려대국문과, 같은 대학원 문학박사,
시집『황사바람,』『아침 책상』,『공놀이하는 달마』,『불꽃 비단벌레』.
시론집 『현대시의 정신사』,『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외.
현재 고려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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