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이성선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자신의 정중(正中)에 앉아 보셨는지요. 자신 속에 고요하게 자신이 앉는 것, 그것은 수행자들처럼 매순간 자신의 말〔口〕과 행동〔身〕과 뜻〔意〕을 살피는 것이겠지요.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서도 맑게 핀 한 송이 연꽃처럼 살기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요.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경청할 수는 있겠지요. 누군가의 가슴에 귀를 대고 그이의 진심을 들을 수는 있겠지요. 그것은 새의 일보다 나비의 일보다 쉽겠지요. 한 걸음 물러서면 되지요. 자꾸 일어서려는 마음, 자꾸 나서려는 마음을 주저앉히면 되겠지요. 그러면 우리도 조각달 같은 귀를 갖게 되겠지요. 후일에는 새가 되고, 나비가 되겠지요.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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