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 / 경주의 문화·관광 그 빛과 그림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남산지구’
13. 신라일성왕릉, 신라지마왕릉, 남간사지 당간지주, 남간사지 석정
<<신라 지마왕릉-사적 제221호>>
지마왕릉은 경주에 산재해있는 여타의 고분에 비해 봉분의 크기는 별 차이가 없으나 석축을 비롯한 별다른 장식물 없이 단아하다. 하지만 매우 안정된 느낌이랄까. 지는 해를 받은 녹색 잔디가 물비늘처럼 하늘거린다.
포석정 주차장에서 만나는 지마왕릉 이정표. 그를 따라 보도블록이 깔린 길을 걷는다. 비를 맞아 촉촉해진 고추밭을 지나 200m 가량 걸어가면 우거진 송림 속 널찍한 마당이 나오고 잘 다듬어진 돌계단 위에 지마왕릉이 있다. 박씨 왕인 파사왕의 아들로 신라 제 6대 왕인 지마왕(112∼134)은 가야, 왜구, 말갈의 침입을 막아 안정된 국가의 틀을 잡았다고 전한다. 이곳 역시 무덤의 주인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있으나 2000여년이 지나버린 지금에 와선 그 진실의 무게가 무겁기만 하다. 신라 초기의 왕릉이 대부분 시내에 있으므로 신라 6대 왕인 지마왕릉이 이곳에 있다는 것에 대해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보일 법도 하다. 왕릉 저 옆의 호수와 우아한 소나무 숲이 23년간 재위했다는 왕의 위엄 앞에 엎드려 조아리고 있다.
<<신라 일성왕릉-사적 제173호>>
나정과 양산재를 지나서 남간마을 가로질러 오르막길을 달리다 보면 언덕 막바지에 보광사라는 절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왕릉 이정표가 없다. 양산재 입구쯤에 꼭 있어야 할 일성왕릉 이정표를 능 입구에서야 겨우 발견한다. 보광사 주차장에서 왕릉까지는 불과 150여m 거리이니 운동화 끈을 맬 필요가 없다.
우측 정경이 아름다운 강당못을 끼고 내리막길을 걸어 소나무가 우거진 일성왕릉에 당도하면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남산성 서쪽 기슭 경사면에 축조된 일성왕릉은 자연석으로 호석을 둘렀는데 별다른 장식물이 없으나 능 입구에서 보면 3층(1970년 문화 유적지 정비사업으로 자연석 축대가 조성됨)의 자리에 왕처럼 앉아있다.
신라 7대 임금으로 21년 재위한 일성왕은 유리왕(儒理王)의 장자거나 유리왕 형의 아들이라고도 하나 미상이다. 농토를 늘이고 제방을 쌓아 농사를 정치의 근본으로 삼아 선정을 베풀었으며 백성들에게 금, 은, 주옥의 사용을 금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권장했다.
고르게 자란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있는 왕릉엔 찾는 이가 별로 없는 듯 길섶의 산딸기 몇 붉게 매달려있다. 왕은 무슨 생각으로 긴긴 시간을 지켜보고 있을까.
<<남간사지 당간지주-보물 제909호>>
나정과 양산재를 지나서 찾아든 곳, 탑동 또는 남간마을이다. 남산 기슭아래 있는 이 마을은 신라시대 남간사지가 있던 곳으로 논밭과 개인주택 뒷마당에 까지 당시의 석재들이 남아있다.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그것들의 크기나 양으로 가늠해 볼 때 남간사지는 신라시대 큰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남간마을에 들어서면 ‘남간사지 당간지주’라는 이정표가 연녹의 벼가 찰랑이는 우측 들판을 가르킨다. 들 한가운데 서 있는 당간지주는 높이 약 3.6m의 돌기둥으로 두 개가 마주보고 서있다. 당간이란 절에서 불교의식이 있을 때 달았던 당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뜻하며 이 당간을 꽂은 돌기둥을 당간지주하고 한다. 이곳은 보물로 지정되었는데, 통일신라인 8세기 작품으로 아래위 둥근 구멍을 뚫었으며 구조가 단순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안쪽에 十자 모양의 홈을 판 것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함이 있다.
탑과 불상과 스님들의 발자취 아득한 이곳, 당간지주에 꽂혀 나부끼던 바람소리만 그날처럼 오락가락 한다.
<<남간사지 석정-지방문화재자료 제13호>>
남간마을 입구 우측 당간지주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좌우 골목을 돌아 마을의 중간쯤에 대나무와 무성한 잡초에 기댄 남간사지 석정이 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 전체의 식수였다는 우물은 누군가에 의해 굳게 덮여있어 우물틀이나 내부를 알길 없다. 이 우물의 틀은 흰 화강암이었으며 땅을 파고 돌을 짜 올린 후 그 위에 다듬은 돌로 틀을 얹었다고 한다. 석정은 통일신라시대의 우물로서 아무리 가뭄이 와도 물 걱정을 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빛과 그림자>>
일성왕릉, 남간사지 당간지주와 남간사지 석정은 나정, 양산재 지나서 곧바로 만나는 남간마을에 있다. 또한 신라 육부촌의 하나인 금산가리촌 배씨의 시조를 향사하는 사당인 경덕사와 근래에 세워진 절,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강당못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어 정비가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이 모든 곳을 연계하는 코스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코스에 걸맞는 명칭을 붙이는 한편, 마을 전체가 음용했다는 석정을 복원하면 어떨까. 수질에 문제가 없다면 아름다운 전설을 지어서 물을 판매하는 방법도 생각해본다. 포석정에서 접어드는 지마왕릉 또한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이들이나 돌아보는 코스다. 왕릉마다 매우 획일적이고 딱딱한 내용의 안내문이 서있는데 좀 더 구체적이고 특징이 있었으면 한다. 한국어, 일어, 중국으로 되어 있는 안내판이 모두 같아야 될 이유는 없다.
황명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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