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경주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 서출지, 신라 정강왕릉, 신라 헌강왕

경주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 / 경주의 문화·관광 그 빛과 그림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남산지구’ 12, 서출지, 신라 정강왕릉, 신라 헌강왕릉을 가다 <<서출지-사적 제 138호>> 6월 서출지에 서면 풋풋한 연잎의 흔들림에 마음을 뺏긴다. 곧 피어날 꽃을 감춘 채 연못을 장악해버린 그들의 은밀한 속을 어찌 알 수 있으리. 1664년 조선 현종 때 임적이라는 선비가 지었다는 이요당만 의연히 앉아 녹음을 읽고 있다. 남산 기슭, 통일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쪽으로 50여m 걸으면 서출지에 이른다. 삼국시대의 연못인 서출지는 삼국유사 사금갑의 전설에서 그 유래를 찾게 되는데 간략히 적어보기로 한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천천정으로 행차하는데, 쥐와 까마귀가 나타나서 울더니 쥐가 “이 까마귀가 날아가는 곳을 찾아가 보시오”라고 했다. 왕의 명으로 까마귀를 따라가던 신하는 두 마리 멧돼지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까마귀의 행방을 잃어버리고 낙심한다. 그때 길옆 연못 속에서 나타난 노인이 편지 한 통을 전하는데 편지 겉봉에는 “이 편지를 열어보면 두사람이 죽을 것이오 열어 보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을 것이다.”라고 씌여 있었다. 일관(日官)의 청으로 열어본 편지 내용에는 “금갑(琴匣)을 쏘아라”고 쓰여 있어, 즉시 궁으로 돌아온 왕이 금갑을 향해 활을 쏘고, 그 안에는 궁에서 불사를 맡아 행하는 승과 궁주가 상간을 하고 있어 죽였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에는 정월 보름날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주는 등의 풍속이 생겼고 노인이 나타나 봉서를 전했다는 이곳은 서출지(書出池)로 불리어졌다.’ 수백년 된 배롱나무와 소나무, 향나무 등이 그늘과 함께 아름다운 못둑길을 내어준다. 책 한권 들고 목재 특유의 냄새가 떠도는 이요당에 걸터앉는다. 하루 종일 기대어도 좋을 이곳은 여름에 이어 가을, 겨울, 봄 어느 때 찾아가도 거친 발걸음을 다스려준다. 먼 조상 신라인들이 걸었고 가깝게는 조선의 선비들이 즐겼을 자연을 바라보면서 경주인이란 자긍심과 여유로움에 다시 한 번 젖어든다. <<헌강왕릉-사적 제 187호>> 신라 제 49대 헌강왕릉은 화랑교육원 지나 통일전 진입 200여m 앞 우측 소나무 숲속에 있다. 왕위에 있는 동안 태평성대를 이루어 거리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붕은 기와로, 나무 대신 숯으로 밥을 짓고 일본 왕이 황금을 바칠 정도였다는 헌강왕 역시 푸른 솔바람으로 길손을 맞았다. 원형 봉토분으로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밑둘레에 4단으로 돌을 쌓았으나 도굴되었고 비에 의한 피해로 능의 일부가 내려앉아 긴급 수습조사를 거쳐 복원되었다는 안내문이 있다. 당시 석제 두침과 족좌가 출토되었으며 인화문토기편(印花紋土器片)이 약간 수습되었을 뿐 부장품은 모두 도굴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이곳 역시 도로에서 왕릉까지의 오솔길이 매우 아늑하다. 아무도 찾지 않으니 그 적막함마저 아름다운 길, 유적지 어느 곳에서나 느끼는 일이지만 경주의 고송이야말로 참으로 대단한 보물이다. <<정강왕릉-사적 제186호>> 통일전 주차장 진입 직전에 정강왕릉 이정표가 있다 우측 송림 사이로 난 길은 방금 비질한 듯 고운 흙 위에 빗자루 자국이 나있다. 100m 정도 나있는 오솔길은 누군가와 꼭 함께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길이다. 신라 제 50대 왕인 정강왕은 재위 1년만에 병환으로 세상을 뜨고 그 유언에 따라 여동생 진성여왕이 다음 대를 이었다. 부왕인 헌강왕릉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정강왕릉, 약간 초라하지만 주변의 노송이 그 품위를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참고로 헌강왕릉의 호석은 4단이었으나 정강왕릉은 2단이었다. <<빛과 그림자>> 서출지는 사진작가들에 의해서 전국에 많이 알려진 곳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매혹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남산을 오르려면 스쳐가는 곳, 6월 서출지는 연잎으로 가득 차있다. 또한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전설이 곁들여져 왕에게 봉서를 전한 노인의 옷자락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듯도 하다. 서출지와 통일전, 정강왕릉, 헌강왕릉을 잇는 산책로가 개발된다면 어떨까. 서출지 둑에 나무가 있으나 많은 이들이 쉬어가기에는 부족하고, 정강왕릉과 헌강왕릉을 깊이 둘러싼 소나무숲은 세상 저편인 듯 발길이 드물다. 서출지에 흠뻑 빠졌다가 고송이 늘어선 산책길을 걸어 왕릉에 닿는다면 이 또한 경주만이 나눠줄 수 있는 관광지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인접한 유적지들의 연계관광을 통해 입장료 수입을 창출 할 것이며 기념품 판매나 기타의 수입을 끌어내야만 한다. 황명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