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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모서리 외 2편 - 김중식 시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6. 19. 02:01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뼛속을 긁어낸 의지의 代價로
석양 무렵 황금빛 모서리를 갖는 새는
몸을 솟구칠 때마다
금부스러기를 지상에 떨어뜨린다

날개가 가자는 대로 먼 곳까지 갔다가
석양의 黑點에서 클로즈업으로 날아온 새가
기진맥진
빈 몸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해도

아직 떠나지 않은 새의
彼岸을 노려보는 눈에는
발 밑의 벌레를 놓치는 遠視의 배고픔쯤
헛것이 보여도
현란한 飛翔만 보인다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홍수

 

김중식

 

둘레 전체가 입구이지만

출구는 외길의 북망산, 사막은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탄생 혹은 홍수, 호흡은

쉼 없는 저주 또는 물고문, 지붕이

안테나와 속도가 그 위에

욕망과 전염병이

강안(江岸)을 확장하며 떠내려간다 사람이

익사하고 더러는 더 일찍 익사하는 곳

건져지고 싶다

아니, 홍수가 대세(大勢)라면

나보다 괴로운 것 많으니

많은 쪽에 휩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