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가로수의 멱살 잡고 흔들었던 날 손님처럼 낯설던 길의 모서리도 이렇듯 둥글게 말아버렸더라면, 체증으로 심하게 부대낀 날들 누군가 오늘처럼 영문 모른 채 시달렸겠다
온몸에 달라붙은 꽃잎을 씹는다 몸 전체가 거대한 혓바닥이 된다 꼼짝없이 갇히고서야 제대로 알게 된 떫은 맛 비린 맛 돌아볼 일 많은 올해 봄 벚꽃 만개할 날도 멀지 않았다. 꽃잎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걸어가노라면 만상이 겹칠 것이다. 흩날리는 벚꽃 앞에서 인간은 그게 세상일이려니 할 것이다. 지금은 꽃눈 터지기 직전, 벚나무 가지 근질거리는 소리 들리는 춘삼월이다. 해설 <하재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