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詩 모음

방 - 최정례시인

선덕여왕연구자 황명강 2008. 1. 20. 08:45
 
 




최 정례


그 방 앞에는 창을 가리는 커다란 나무가 있다 새벽이면 그 나
무에 천 마리의 새가 날아와 지저귄다 시냇물의 소용돌이처럼 나
무가 운다 나뭇잎 하나하나 새가 되어 뒤흔든다 창문 하나를 달래
보겠다고 나무는 제 잎을 다 떨군다

그 방 안에는 죽음 같은 잠을 자는 이가 있다 제 몸에 시간을
쌓아 두는 이가 있다 그이는 창 앞에 나무가 와 섰는 줄을 모른다
그이는 나무가 우는 소리를 못 듣는다 세상에는 가슴속 불꽃을 재
우려다 아주 재가 되어 버린 이가 있다 그 방에 그이가 누워 있다